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세계 아이돌, 스텔라이브, 플레이브까지, 버츄얼은 어떻게 산업이 되었나
    문화이야기 2024. 1. 21. 22:56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문화산업이라고 하면, 바로 버츄얼 산업일 것이다. 이세계 아이돌을 위시한 버츄얼 유튜버들은 더 이상 인터넷 방송계에서만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음원 차트를 석권하며 또다른 아이돌 산업으로서의 가능성 역시 뽐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머쥔 것일까? 해당 부분에 대한 사견을 몇 자 적어 볼 예정이다.

     

    홀로라이브, 그리고 스텔라이브, 버츄얼 스트리머/유튜버

     

                          △홀로라이브, '외계인' 라플라스 다크니스                                                        △스텔라이브, '청룡' 아이리 칸나                              

     

     

      버츄얼 유튜버를 이야기하려는데 왜 발족 시기가 한참 늦은 스텔라이브가 먼저 나오는지 의아해하시는 독자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버츄얼 유튜버의 시기별 정리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차별점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버츄얼 유튜버는 일반 스트리머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날까? 아마 눈에 보이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렇다. 이들은 '캐릭터'다.

     일반적인 인터넷 방송인, 속칭 스트리머들은 닉네임이 있다고 한들 '사람'이다. 인터넷 방송이란, 이런 '사람'들이 시청자들과 소통하거나, 여러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버츄얼 유튜버는 이런 방법론과는 약간은 궤를 달리한다. 이들은 분명 사람이다. 또한 이들을 연기하는 연기자가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을 즐기기 위해서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연기자의 존재를 부정한다. 이런 현상을 지칭하는 속어도 있을 정도다. 즉, 버츄얼 스트리머란 성우의 연기를 라이브로 볼 수 있는 강점을 가진다고 하나 이해해 두면 좋을 듯하다.

     

     따라서 버츄얼 유튜버는 일반적인 스트리머와는 달리, 캐릭터를 연기하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캐릭터와 개인을 분리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상기한 아이리 칸나의 경우 1700살 용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으며, 팬덤인 '비늘이'를 통하여 캐릭터성을 공고히 하지만 그녀의 방송 스타일은 일반적인 스트리머의 그것과 상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을 확정시킨 것은 해외의 사례이다. 바로 홀로라이브와 니지산지라는 두 거대 그룹이 그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국내의 버츄얼 산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니,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버츄얼 스트리머의 강점

     

     

                     △캠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노캠 스트리머, 우왁굳

     

     

     버츄얼 스트리머는 방송을 할 때 어떤 강점이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터넷 방송의 방식을 알아야 한다. 인터넷 방송에는 여러 부류가 존재하지만, 흔히들 두 가지 부류로 나눈다. 캠 스트리머노캠 스트리머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간단하다. 캠, 카메라를 켜고 얼굴을 공개하며 소통하는 방송인과, 카메라 없이 오롯이 목소리만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의 방송인이다. 이 둘을 칼로 자른 것처럼 구분할 수는 없다. 당장 예시로 든 대도서관만 해도, 원래 노캠 BJ(아프리카 TV의 방송인을 지칭하는 용어, 당시와 현재의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BJ로 표시)였다가 인기를 얻으며 얼굴을 공개하게 된 케이스이다. 

     

     그렇다면 캠과 노캠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실 이에 대한 내용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TV와 라디오의 차이 정도다. 캠 스트리머는 여러가지 비언어적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시각적 장치를 둘 수 있으며, 여러 사람들과 합동 방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즉, 방송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캠이 훨씬 더 전략적인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캠 방송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이 있다. 바로 외모다. 여기서 말하는 외모는 단순히 소위 말하는 차은우, 장원영과 같은, 연예인급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방송은 결국 엔터테인먼트다. 누구를 타겟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그 외모의 사용 용도가 달라진다. 그런데 본인의 외모를 어떻게 쓸지, 본인의 방송과 어울리는지 판단하지 않고 일단은 비언어적 표현의 메리트를 위해서 캠을 켜는 것은 방송상으로도 역효과일 것이고, 캠이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점인 개인정보 유출 역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노캠의 장점 역시 드러난다. 노캠은 비언어적 표현을 완전히 버리는 대신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서 꽤 자유로워진다. 또한 노캠은 오히려, 가상의 캐릭터를 통하여 스스로를 표현하는 강점 역시 가지고 있다.

     

    △토끼 수인을 캐릭터로 활용하는 스트리머 이춘향                                     △가수 김장훈의 버츄얼 캐릭터 숲튽훈

     

     버츄얼 유튜버는 이 둘의 장점을 적절히 규합한 또다른 방법론이다. 특히, 캠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한계점인 '외모'에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버츄얼 유튜버는 완전히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버츄얼의 가면 뒤의 연기자의 외모가 어떻든 간에, 작가의 손에서 그려진 캐릭터들이 그들 대신 살아 움직이며 그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살린다.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역시도 메리트가 될 수 있다. 헤징, 탬탬버린 등 원래도 캐릭터를 활용하던 방송인들 뿐만이 아니라, 외모가 좋더라도 목소리와 미스매치였던 사람들이나, 아예 캠을 켜고 활동하던 사람들조차도 버츄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중에는 전 프로게이머 출신 방송인 '앰비션' 강찬용 선수,  본인의 밈을 유쾌하게 활용하며 신기술 아티스트들과의 교류를 이어나가는 '숲튽훈' 김장훈도 있다. 이는 앰비션의 버츄얼 캐릭터인 '강자석'처럼 한철 즐기는 이벤트가 될 수도, 지속적으로 방송을 이어가며 젊은 층과 소통하는 김장훈의 버츄얼 캐릭터 '숲튽훈'처럼 또다른 팬층과의 지속적인 소통 창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이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든 한 가지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거대한 변화라는 것 말이다. 변화는 늘 거부감과 신선함을 동시에 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의외로 변화에 보수적으로 대응한다. 

     

    서유리의 개척과 이세돌의 성공

     

    △성우 '서유리'의 버츄얼 캐릭터 로나로나땅                                         △버츄얼 그룹 '이세계 아이돌'의 메인보컬 릴파

     

     

     상기했던 내용들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성우', '연기자' 가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버츄얼 유튜버의 강점을 '가상의 캐릭터와의 소통'으로 두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활동에 이골이 난 전문 성우들이 이 업계에 뛰어들었을 때 가장 효용이 크지 않겠는가?

     

     아쉽게도 이 문제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의 '엔비',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아리"를 연기하였으며, 던전앤파이터 버프걸로서 "이름하야 열파참"이라는 명대사(?)를 남긴 성우 '서유리'의 도전이 그것이다. 서유리는 이전부터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며 팬들과 소통해 왔다. 이렇듯 인터넷 방송에 관심이 많던 그녀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바로 버츄얼 스트리머 '로나로나땅'으로서의 대변신이다.

     

     로나로나땅은 대한민국 최초의 '성공한 버튜버'로서 한국 버츄얼 산업의 단초를 마련한다. 그 이전에도 한국에서 버츄얼 스트리밍을 시도하는 개척자들은 있었다. 그러나 캠 스트리머의 팬들은 그들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캠 스트리머의 팬들은 움직이는 캐릭터가 어색하다는 이유로 새로운 시도를 배척했다. 물론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마련이겠지만, 그런 정국에서 로나로나땅의 대성공은 사람들에게 '버츄얼 스트리머'라는 새로운 장르를 안착시키는 데 정말 큰 획을 긋는다. 로나로나땅의 성우가 이미 공개된 인물이라는 점이 캠 스트리머의 팬들에게는 안정감을 주었을 것이고, 이미 공개된 인물이 완전히 별개의 인물로서 대면하는 것은 노캠 스트리머의 팬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왔을 것이다. 그렇게 로나로나땅은 "이르마야 요루파짱"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로나로나땅의 성공이 산업 규모를 뒤흔들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로나로나땅은 성우가 공개되어 있다. 이것이 로나로나땅의 태동기에는 장점이었으나, 로나로나땅이 방송을 진행하면 할수록 방송의 주체가 '캐릭터 로나땅'에서, '성우 서유리'로 이어지게 되며 결국 방송의 근간을 뒤흔들게 된다. 또한 서유리는 전문적인 인터넷 방송인이 아니었기에,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컨텐츠는 한계점에 다다르게 된다.

     

     

     

    △이세계 아이돌의 멤버 '징버거'                                                 △이세계 아이돌의 매니저 '뢴트게늄'

     

     이때 혜성처럼 나타난 그룹이 있으니, 바로 이세계 아이돌이다.

     

     이세계 아이돌의 성공은 참 신기한 부분이 많다. 오히려 버츄얼 스트리머가 많아진 지금 이세계 아이돌이 발족되었다면 지금 같은 성공은 어렵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이다. 이제부터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이제껏 필자는 버츄얼 아이돌의 강점으로서 캐릭터성을 지속적으로 어필해왔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컨셉트와, 그 컨셉들을 여러 비언어적 표현에 녹인 의외성이 버츄얼 그룹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대한민국의 버츄얼 그룹 중 이세계 아이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그룹들은 이런 방법론을 사용한다. 스트리머 기업인 스텔라이브와 스타데이즈는 물론이며, 이세계 아이돌처럼 '버츄얼 아이돌'을 기치로 삼는 그룹 '레볼루션 하트' 역시 이런 방법론을 사용한다. 이들은 모두 본인을 캐릭터로 만들며, 그 캐릭터가 직업을 가지는 것으로 재미 포인트를 잡는다.

     

     하지만 이세계 아이돌은 이런 방법론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이세계 아이돌이 가지는 특이점은 바로 이것이다. 이세계 아이돌의 승리 공식은 버츄얼 유튜버의 그것이 아니다. 아니, 애시당초 스트리머의 그것조차 아니다.

    이세계 아이돌은 우왁굳의 산하 스트리머 그룹인 '왁타버스'의 프로젝트성 그룹이다. 인터넷 방송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스트리머가 크루나 산하 그룹을 만들고 '합방'을 통해 상부상조하는 것은 인터넷 방송이 발족된 이후 지속적으로 있어 왔던 일이기에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왁굳은 그런 방식과는 결이 다른 기획을 가져 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NRIrKdOeZzU&list=PLVM8jKPBc34WcWasNq9E9FGz_f9AQUFB_

     

     바로, 아이돌 오디션이 그것이다.

     

     우왁굳 본인이 인정하듯, 이것이 어떠한 사업적인 노림수를 가지고 진행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전략은 버츄얼 산업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이제부터는 이것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톺아보도록 하자.

     

     상기했듯, 대한민국의 버츄얼 산업에 대한 인식은 보수적이었다. 그나마 서유리라는 성공 사례가 보고되긴 했지만, 그녀가 당 산업의 신호탄이 되지는 못했다. 전술했듯 서유리의 성공 사유는 그녀가 '현생이 공개된' 스트리머였기 때문이다. 즉, 유재석의 '유산슬', 박준형의 '와썹맨', 장성규의 '워크맨'과 같은 '부캐'의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기한 버츄얼 스트리머의 장점인 '신상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됨'에도 어울리지 않았으며, 마찬가지로 '캐릭터' 역시 성우인 서유리의 본업과 어울렸을 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류의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버츄얼 유튜버란, 더 정확히 말해 설정놀이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에 가까웠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이세계 아이돌을 보자. 이세계 아이돌은 버츄얼 산업 중에서도 정말 이질적인 자리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세돌은 버츄얼 스트리머지만 설정이 없다. 이세계 아이돌의 컨셉은 그저 아이돌이라는 것, 그것 하나뿐이다.

     이것은 지금 버츄얼 유튜버를 목표로 한다면 그다지 좋은 접근법은 아니다. 본인만의 특색이 없는 무색무취의 방송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세계 아이돌은 불모지에서 이런 컨셉을 잡았다. 그 결과 이세계 아이돌은 그 어떤 버츄얼 유튜버도 가지지 못하는 공고한 위상을 갖는 데 성공한다. 이세계 아이돌은 '현실에 존재하는 가상의 캐릭터'로서 그들의 판도를 잡은 셈이다. 

     

    이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바로 오디션이었다.

     사실 오디션은 그렇게  찾기 어려운 방법론은 아니다. 인터넷 방송 역시 발족한 지 오래된 엔터테인먼트 산업인 만큼, 오디션을 보고 방송인을 선출하는 기업도 이미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왁타버스의 오디션은 이들의 방법과 차별화 지점이 있다. 위의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왁타버스의 오디션은 공개 오디션이라는 점이다. 즉, 특별한 인원을 선별하는 일반적인 오디션이 아니라, <프로듀스 101>, <NCT Universe : LASTART>,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과 같은 오디션 예능으로 뽑힌 버츄얼 유튜버가 바로 이세계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다.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돌을 뽑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끼는 가지고 있어야겠지만, 노래든, 춤이든, 퍼포먼스에서든 무언가 약점을 보이는 참가자가 대다수이다. 그리고 이들이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과 트레이너들의 피드백을 받아 가며 노력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으로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가장 정감이 가는 참가자들을 선정할 수 있게 되고, 그의 성공을 바라게 된다. 즉, 오디션 예능은 자연스럽게 그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고, 생판 모르던 인물에게 팬심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말할 것도 없이 이 방법론의 가장 큰 장점은 익숙하다는 점이다. 아이돌 오디션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조차도, 세간을 흔들었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인 <슈퍼스타 K>, <Kpop스타>, <쇼미더머니> 중 하나는 들어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세계 아이돌에게는 적용 범위가 좁겠지만, 중장년층에게도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트롯>, <미스터 트롯>등으로 이미 익숙해진 방법론이다. 즉, 우왁굳의 이세돌 오디션은, 그가 의도치 않았더라도 이질적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치 않던 시청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가장 익숙한 모습의 이질적인 문화를 소개하는 데 성공하고야 만 것이다.

     

    Re:Wind의 성공, 그리고 버츄얼 음악 산업

     

    https://www.youtube.com/watch?v=fgSXAKsq-Vo

    △왁타버스, 이세계 아이돌의 싱글 <RE:WIND>

     

     하지만 이렇게 좋은 방법론을 써 봤자 결국 아이돌이란 가수다. 가수는 결국 작업물로 말하는 법이다. 제아무리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 봤자, 단체 곡이 별로면 결국 그 아이돌에게서 팬덤은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여기서, 이번에도 우왁굳 본인조차 생각하지 못한 대성공이 이세계 아이돌을 향해 찾아온다.

     

     RE:WIND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음악적인 가치를 가진다. 필자가 그다지 음악적인 지식이 해박한 것은 아니지만, 당 곡은 일반적인 K-Pop 아이돌의 음악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다. 빠른 BPM과 흥겨운 드럼 사운드, 그리고 뒤쪽에 깔리는 일렉기타의 소리는 밴드 음악, 특히 J-POP을 위시한 일본 락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이질감은 이세계 아이돌의 아이덴티티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더구나 RE:WIND라는 곡이 '이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현세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임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런 장르적인 거리감이 곡의 주제의식을 더욱 고취시키기도 한다.

     여기에 어느 정도 이어지는 괜찮은 가사도 한몫한다. 사실 필자는 이 곡을 발매 당시에 듣진 못했다. 그러나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이 이 가사였다. 왜냐하면 이 가사는 이세계 아이돌의 사장 우왁굳이 직접 작사한 가사였기 때문이다.

     

     작사는 결코 만만한 영역이 아니다. 개인 곡을 발매한 인터넷 방송인들은 제법 있지만, 직접 작사한 방송인들의 노래들은 대개 두 문장이 채 연결되지 않곤 한다. 그것은 그들의 언어구사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운율과 음률을 동시에 가지면서 주제의식까지 전달하려면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폭은 상당히 줄어든다. 더군다나 작사는 음악이기에, 쓸 수 있는 단어의 숫자에도 제약이 있을 뿐더러 듣자마자 이해할 수 있어야 하므로 너무 난해한 단어도 쓸 수 없다. 이러다보니 시처럼 함축적인 표현을 사용해야만 하는데, 이러한 표현들을 문장으로 잇는 작업은 결단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인터넷 방송인으로서 이런 작업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 노래에 또다른 서사를 하나 추가한다. 이것 역시도 해당 곡의 성공 요인에 큰 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멤버 개개인의 실력은 워낙 출중하니 굳이 지면을 할애하진 않겠다. 이세계 아이돌은 해당 곡의 성공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인터넷 방송계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고, <겨울봄>, <But you want more>, <Another World>, <Lockdown>, <Kidding>으로 이어지는 꾸준한 활동을 통해 그들을 '아이돌'로서 인식하게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가수로서의 의미를 지닌 버츄얼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https://youtu.be/ajDAmJYPQ-U?si=WjFjO95rkeKCUm1c

    △스텔라이브, 아이리 칸나의 싱글 <최종화>

     

     

     이런 버츄얼 음악 산업의 후발 주자로서 그 위치를 공고히 하는 그룹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상기한 스텔라이브다.

     

     스텔라이브 역시 버츄얼 아이돌을 표명하는 기업이지만, 이세계 아이돌처럼 진정 아이돌이라는 장르로 인정하기에는 그 행보가 많이 모자라는 그룹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그룹으로서의 작업물은커녕,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조차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스텔라이브의 사장이자 스트리머 강지가 24년 내 스텔라이브 2기 universe의 단체곡을 예고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음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스텔라이브 중 독보적인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가진 멤버라면 역시 상기한 '청룡' 아이리 칸나다. 스텔라이브의 성공 공식을 굳이 스킵한 것은 이들이 버츄얼 스트리머 이전의 일반적인 스트리머들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담습했기 때문인데, 아이리 칸나의 경우 스트리머들의 대규모 이벤트 서버인 마인크래프트 '악어의 놀이터'에서 콘서트 형식을 빌어 가수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한 케이스이다. 실제로 23년 1월 7일(스텔라이브 기준) 데뷔임에도 23년 5월 26일에 솔로 싱글 ADDICT!ON을 발매하고, 7월 7일 일본어 곡 색채, 11월 9일에 2차 싱글 최종화를 발매하는 등 버츄얼 아티스트 중에서도 상당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칸나의 행보는 이세계 아이돌이 가지고 있던 '가수'라는 아이덴티티를 버츄얼 유튜버 전반으로 보편화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더구나 칸나의 행보는 전부 솔로 곡이다. 이것은 이세계 아이돌이 가지던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가수'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이후 허니츄러스의 솔로 곡 <아이아이> 등 버츄얼 유튜버들의 곡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버츄얼 유튜버에게 노래란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지점에 이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pkypi5nXSYM

    △스텔라이브, 아야츠노 유니의 싱글 <내꺼 하는 법>

     

     이세계 아이돌이 문화적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면, 스텔라이브는 이러한 시도들을 사업적으로 끌어 오는 것에 굉장히 열성적이다. 이세계 아이돌이 발족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야 이세계 페스티벌을 비롯한 여러 오프라인 행사들을 시작한 데 비해, 스텔라이브는 발족 직후 매 이벤트 때마다 굿즈(캐릭터 상품)을 발매했으며, 채 1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숱한 오프라인 매장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서브컬쳐 문화에서 크게 차이점이 없기에 신산업적인 측면을 조명하고자 하는 본 글에서는 따로 다루지는 않겠다.

     

     그런데 이 <내꺼 하는 법>이라는 싱글은 좀 다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영상 플랫폼 <틱톡>의 문화를 알아야만 한다. 쇼츠, 틱톡 등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새로 앵글에 맞춘 1분 이하의 영상들이 인기다. 특히 <틱톡>에는 챌린지라는 문화가 있다. 중독성 있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너도나도 따라 올리는 것이다. 이것은 무시하기에는 영향력이 굉장히 큰 문화로, 실제로 이 때문에 묻혀 있던 곡들이 대거 발굴되기도 했다.

     

     <내꺼 하는 법>은 철저히 이 틱톡 챌린지를 목표로 하고 만들어진 곡이다. 사실 여기에는 당 곡의 가수 아야츠노 유니가 가창력으로는 그다지 고평가하기 어려운 지점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눌한 한국어가 아이덴티티인 아야츠노 유니는, 가수로서의 아이덴티티보다는 어눌한 한국어가 주는 재미+높은 텐션+구김살 없는 성격이 시너지를 일으켜 '방송인으로서' 성공을 거머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텔라이브의 프로덕션은 이것을 가수로서의 단점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어눌한 한국어와 부족한 노래 실력을 이제껏 유니가 보여줬듯 매력 포인트로 잡고, 노래가 가지고 있는 감정적인 전달을 포기한 대신 귀여운 비트로 코러스를 채워 부족한 가창력을 보완한다. 그리고 대신 코러스 부분에서는 유니의 캐릭터가 귀여운 춤을 추는데, 이때 자세히 보면 노골적으로 세로로 세워진 휴대폰 속에서 캐릭터가 춤을 춘다.

     

    △내꺼 하는 법의 한 장면, 핸드폰 앵글 뒤로 유니의 캐릭터가 발랄한 춤을 춘다.

     

     즉, <내꺼 하는 법>은 이러한 SNS에서의 흥행을 다분히 의도하고 곡이 짜여져 있다.

     그리고 이 챌린지에 속하지 않는 부분, 즉 '기존 팬'들을 위한 파트에서는 철저하게 유니의 밈으로만 점철된 가사들이 리스너들을 반긴다. 그렇기 때문에 아야츠노 유니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챌린지에서 들리는 귀여운 노래에 집중할 수 있고, 이미 아야츠노 유니의 팬덤이었다면 전곡을 들으며 그녀의 개인방송과 관련된 키워드를 찾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허니즈, 허니츄러스의 싱글 <출근하지 뭐>의 한 장면. 보다 노골적으로 틱톡을 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전략적인 접근 덕분에 <내꺼 하는 법>은 가창력으로는 한참 앞서는 칸나의 ADDITC!ON보다 한참 먼저 100만 조회수를 올렸으며, 그다지 폭넓지 않은 음역대 덕에 여러 유튜버들의 커버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의 싱글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것은 좋은 노래가 반드시 더 성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도 볼 수 있다. 가창력이 조금 부족해도, 말이 조금 어눌해도.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으로

    https://youtu.be/0dOQ1pEkpTY?si=CByZlZ4LJUTpzjvI

    △이세계 아이돌의 오프라인 공연, 이세계 페스티벌 중 RE:WIND 공연 영상

     

     이렇게 가수로서의 역량을 드러냈다면, 이제 가수의 최종장으로 이어질 차례다. 바로 무대 공연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미 기술력의 발달으로 실시간으로 캐릭터가 춤을 추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화면 속의 일이다. 하지만 우왁굳 사단은 여기서도 현실의 방법으로 부딛힌다. 바로 이세계 페스티벌이다.

     

     공연, 즉 단독 콘서트는 사실 그 아티스트 혼자만으로 공연을 채우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서 관객을 대동하지 오른 무대를 제대로 된 무대라고 인정하는 데에는 사실 꽤 이질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이세계 아이돌의 멤버 릴파의 온라인 공연이나, 상기한 스텔라이브 칸나의 마인크래프트 공연에도 적용되는 일이다. 물론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지금은 해체된 한국의 힙합 레이블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는 멤버 허클베리피(Huckleberry P)를 주축으로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공연을 판매한 전적이 있긴 하다. 현역 가수들의 방법이니, 이러한 공연들도 받아들이기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공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세계 아이돌은 이런 반쪽짜리 성공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말 그대로 '오프라인' 공연을 기획하기에 이른다. 규모 역시 거대하다. 로꼬, 멜로망스, 김장훈 등 이미 인정받은 지 오래인 원로 가수들부터, 지올팍과 빅나티, 경서 라이징스타, 그리고 하이키라는 다른 아이돌부터 댄서 그룹 프라우드먼, 인플루언서 다나카까지 전방위를 포괄하는 거대한 공연을 진행했다. 여기에 권은비신지훈 등 이름이 이미 알려진 가수이자 인플루언서들은 물론이고, 원래 이세계아이돌과 합을 맞췄던 우왁굳의 '고정 멤버' 독고혜지, 비밀소녀, 하쿠0089가 그 합을 맞추었다. 이세계아이돌을 빼놓고 보더라도 이미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거대한 페스티벌이 이뤄진 것이다. 

     

     그럼에도 우왁굳은 안일하지 않았다. 원래 무대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곡들을 듣는 맛도 있는 법이다. 우왁굳은 이런 새로운 재미 역시 빼놓지 않았다. 바로 이세계 페스티벌용 특별곡을 준비한 것이다. <SUPERHERO>와 <OVER>라는 두 곡은, 필자가 이세계 아이돌의 곡 중에서 가장 고평가하는 LOCKDOWN과 이세계 아이돌이 만든 곡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Kidding> 등 허슬한 2023년의 이세계 아이돌의 노하우를 모두 볼 수 있는 멋진 곡들이었다. 필자는 비록 해당 공연을 직접 구경하진 않았지만, 당 곡들의 완성도만으로도 해당 팬덤들이 얼마나 즐거웠을지 유추해 볼 법하다.

     이것으로, 버츄얼 아티스트의 아티스트로서의 행보는 사실상 완결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과 가까워졌다.

     

     다가오는 1월 27일, 스텔라이브의 아이리 칸나도 솔로 콘서트를 준비중이다. 과연, 그녀의 행보가 그랬듯이 이번에도 버츄얼 아티스트의 공연 활동을 하나의 트랜드로 만들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나쁠 것은 없다. 문화산업적인 측면의 활동 범위가 확장되지 않는 것뿐이지, 그녀의 팬들에게는 멋진 한 때가 되어 줄 테니까.

      

     

    원소스멀티유즈

     

    △이세계 아이돌의 캐릭터를 차용한 웹툰 <마법소녀 이세계 아이돌>의 한 장면

     

     처음에 말했듯, 필자가 버츄얼 유튜버를 바라보는 시선은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다른 곳에서 사용될 수 있다. 즉, 버츄얼 캐릭터는 창작물이며,  해당 IP를 통해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이세계 아이돌의 캐릭터를 활용한 웹툰 <마법소녀 이세계 아이돌>이다.

     

     이제껏 실컷 아티스트 이세계 아이돌의 이야기를 해 놓고 갑자기 캐릭터 산업 이야기가 나오니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하지만 해당 문제는 어디까지나 왁타버스의 수장인 우왁굳의 개인적인 방침이, 그것도 의도치도 않고 이룩한 행보들이 이뤄낸 성과들일 뿐이며, 당 산업의 본질은 역시나 여기에 있다. 그리고 역시나 여기에서도 우왁굳은 의도치 않게 친대중적인 행보를 이뤄 가고 있다. 솔직하게 필자는 이쯤 되니 그 의도치 않았다는 말조차 의심이 된다. 시작한 거 끝을 보려는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여하튼간에, 마법소녀 이세계 아이돌은 카카오와 이세계 아이돌의 콜라보 웹툰이다. 실제로 카카오에서는 당 만화를 토대로 한 이모티콘을 두 개나 냈으며, 이세계 아이돌의 팬덤 '이파리'들의 이모티콘까지 내놓았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아한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그 대중성만큼이나 캐릭터 이모티콘을 잘 내주지 않을 뿐더러, 카더라 통신으로는 막대한 수수료까지 빼먹는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실제로도 네이버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데 성공한 방송인들은 많지만 카카오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수는 현저히 적다. 그런데 이세계 아이돌은 짧은 기간 내에 이것을 3개나 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마법소녀 이세계 아이돌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총 12회로 무난히 완결하는 데 성공했으며, 해당 웹툰의 OST로 상기한 <LOCKDOWN>을 발매했다. 또한 카카오 웹툰 <차원을 넘어 이세계 아이돌> 역시, OST <ANOTHER WORLD>를 남기며 21화로 성황리에 완결되었다. 이것은 차후 이세계 아이돌의 애니메이션화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 캐릭터의 오프닝을 본인들이 내는 것 역시 멋진 활동 중에 하나가 아니겠는가. 애니메이션 불모지인데다, 최근 모 회사의 거대한 혐오 논란으로 인해 더더욱 빛을 잃어가는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업계를 생각하면, 이것이 한 산업의 또다른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도 해 본다.

    사실 인터넷 방송인 감블러의 애니메이션 채널 9am이 벌써 일조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세돌 유튜브는 물론 스텔라이브 쇼츠에도 애니메이션이 자주 등장하고 있기도 하고

     

    https://youtu.be/YVbP5cL3ayM?si=bhzSRxstzS3j10ff
    △버츄얼 유튜버 허니츄러스의 게임 콜라보 영상

     

     그런가 하면, 솔로 버츄얼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허니츄러스게임 이매소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성취해냈다. 사실 이건 필자가 조금 의아하게 받아들인 부분 중 하나이다. 게임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것은, 대상 저작물이 그만큼 방대한 팬덤을 지니고 있을 때 이뤄지기 마련이다. 게임은 해당 팬덤을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대상 저작물은 게임 유저들에게 당 작품의 캐릭터를 어필할 기회를 갖게 되니까. 그런데, 지금이야 두 개의 싱글과 '허니즈'라는 그룹을 만들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허니츄러스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허니츄러스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회사원과 해외의 버츄얼 유튜버 '샤이릴리'의 광팬이라는 점 두 가지였다. 대한민국 부동의 1위 버츄얼 그룹 이세계 아이돌과, 그 뒤를 달리는 스텔라이브, 스타데이즈, 레볼루션 하트 등의 기업형 버츄얼 유튜버들이 그러한 콜라보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사실은 필자도 잘 모르겠다. 다만 그러한 시도를 한 크리에이터가 존재하고, 그렇기에 다음에도 게임계와 버츄얼 업계가 또다시 공투할 수 있겠다는 점은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한 가지 생존 전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간에, 이러한 IP를 활용하는 시도는 필자가 바라보기엔 매우 긍정적이다. 인터넷 방송인들은 불안정한 생활 덕에 늘 새로운 사업을 고민한다. 이것이 나쁘게 작용하여 최근 모 방송인의 상도덕 논란이나, 2023년의 NFT 논란 등 적게는 도덕적으로부터 많게는 범죄적인 문제에까지 이른다. 그런데 이런 시도들이 늘어난다면, 인터넷 방송인들은 이러한 수입구조의 불안정성에서 조금 벗어나고, 웹툰 계열 역시 신규 유입층을 구가하며 상부상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대변신, 그리고 서브 버츄얼 유튜버

    △일러스트레이터이며 개인 유튜브 운영자 마끼아또                       △섬네일러 활동 중 유튜브 개설 후 버츄얼 캐릭터를 가진 유튜버 유콘

     

     이제 기업형 버튜버들의 이야기에서 잠깐 벗어나자. 버츄얼 유튜버란 움직이는 일러스트레이션이다. 그리고 일러스트 산업은 대표적인 여성 과다 산업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버츄얼 산업 역시, 절대 다수의 팬덤들이 남성층인 여성 공급자 미달 상태의 산업이다. 이렇다보니 나이에 관계없이 목소리만 좋으면 수요가 있는 산업에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뛰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행보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국내 유튜버보다 해외 유튜버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도 현업 일러스트레이터 마끼야또, 유콘, 나비(일본에서 주로 활동한다. 한국인이기에 우선 국내 일러스트레이터로 분류하였다.) 등 일러레 버튜버는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일러스트레이터이며, 버츄얼 산업이 성행하기 이전부터 인터넷 방송인 '꽃핀'의 섬네일러로 유명세를 탄 유콘을 제외하면 본업인 그림을 메인으로 하고, 버츄얼은 그냥 켜놓는 수준으로 하나의 산업을 이룩했다기엔 부족함이 있다. 더구나 이들 셋 모두 이 글의 핵심 주제인 '캐릭터' 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마끼야또와 나비는 본명이 아니지만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자아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 유콘의 경우 아예 본인의 결혼 생활이 주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i_zad39Uhw

    일러스트레이터 시구레 우이의 오리지널 곡, 로리신 레퀴엠

     

     

     그래서 필자가 잠깐 노티스하고 넘어갈 인물은 바로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시구레 우이'이다. 사실 이 경우도 우왁굳처럼 본인이 의도하고 산업의 일환이 된 케이스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최소한 여타의 일러스트레이터들과는 달리 확고하게 버츄얼 스트리머로서의 아이덴티티는 가지고 있다. 그녀의 '8살'짜리 자아인 '우이쨩'이다.

     

     사실 이 사람 역시도 그다지 조명받던 상태는 아니었는데, 그녀가 낸 노래 <로리신 레퀴엠>이 입소문을 타 버렸다. 귀여운 캐릭터가 매우 부드러운 움직임으로(애니메이션이 부드럽게 움직이려면 그만큼 프레임이 많이 들어간다. 즉, 당 캐릭터의 움직임에 심혈을 기울였단 소리) 춤을 추는데, 해당 노래가 아스트랄한 가사에 비해서 중독성 있는 비트에 흥겨운 멜로디라인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끌어버린 것. 거기다 해당 노래가 해외로 수출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기 쉬운 소재인 '가사 모르고 들으면 좋은 노래'의 반열에 오르면서 국내를 포함한 일본 외 국가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이세계 아이돌의 매니저 '뢴트게늄'                                   △스텔라이브 전 멤버의 매니저 '이브'

     

     이렇게, 버츄얼 산업에서 시작된 부속 버츄얼 유튜버는 다방면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중 코멘트하고 싶은 방법은 바로 '버츄얼 매니저'이다. 이 방식 역시도 이세계 아이돌이 시초다. 이세계 아이돌의 속칭 '마네쟈' 뢴트게늄은, 이세계 아이돌의 행보를 매니지먼트하지는 않지만 편집자 관리, 컨텐츠 도움 등 이것저것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뢴트게늄은 이세계 아이돌의 매니저이기 이전에 우왁굳 패밀리의 고멤이다. 그의 존재감은 이세계 아이돌 내부에서도 지울 수 없는 것이지만, 실제 매니저로서 역할을 수행한다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더구나 뢴트게늄은 이세계 아이돌과의 활동 이외에도 본인의 유튜브를 운영하며, 스트리머로서의 행보 역시 밟고 있는 중이다. 즉,  뢴트게늄은 서브 버튜버의 개념을 만들어내는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본인이 선례가 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것을 기업적으로 시스템화한 그룹이 있다. 아마 독자 여러분도 이쯤 되면 어딘지 알 것 같다. 필자가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그룹은 사실상 이세계 아이돌과 스텔라이브, 두 그룹뿐이니까.

     그렇다. 스텔라이브의 매니저 '이브'다.

     

     이브는 사실 발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스템이며, 스텔라이브가 타 버츄얼 기업에 비해 폐쇄적인 운영을 보이는 탓에 그 족적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 그러나 이브는 상기한 국내 버츄얼 아티스트 '유콘'의 작품이며, 단순히 스텔라이브의 새소식을 전하는 AI가 아니라 뢴트게늄과 마찬가지로 컨텐츠의 일환이 되어 자칫하면 고루해질 수 있는 내수 컨텐츠의 환기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의 이브의 행보에 따라서, 많은 버츄얼 기업들은 매니저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다. 이는, 많은 영세 버츄얼 그룹들이 기존의 주먹구구식 스트리머 운영에서 벗어나 각 캐릭터들의 '구도'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필자는 전망한다.

     

     플레이브, 그리고 기업.

    https://www.youtube.com/watch?v=Q_TzqcWKz00&list=OLAK5uy_nMFWuVcj8PjnOrfCyvnBOywZgZDZ16MnQ

    △ 플레이브의 곡 왜요 왜요 왜?

     

     이제 드디어 버츄얼 아이돌 산업이 아닌, 아이돌 산업이 버츄얼을 노리는 부분까지 왔다. 그런데 이 부분은 사실 필자로서도 전망하기 애매한 부분이 존재한다. 플레이브를 제외하면 성공 사례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버츄얼 산업이 가지는 모호함 때문이다. 아이돌 산업이 버츄얼 팬덤을 노린다면, 기존에 존재하던 아이돌 팬덤의 반발에 부딪혀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돌 팬덤의 요소를 충족하자면 버츄얼 팬덤은 거기에 흥미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아이돌 산업은 버츄얼 산업과 별반 다른 점이 없다. 버츄얼 유튜버들이 개인방송(스트리밍)을 진행할 때, 아이돌들은 V앱 등 여러 가지 소통 프로그램들은 물론이고 컴백 기획 방송과 인스타 라이브 등 다방면으로 얼굴을 비췄다. 버츄얼 스트리머라는 개념은커녕 스트리머라는 개념조차 등장하지 않았을 때부터 젝스키스의 33수정론 등 컨셉슈얼한 활동들을 고착화시켜왔다. 특히,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그룹 EXO와 AOA는 각각 '초능력자'와 '천사'라는, 웬만한 버츄얼 유튜버 못지않은 과격한 컨셉트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렇다면 왜 산업형 버튜버들이 죄다 실패의 길을 걸을 때 플레이브만이 성공가도를 달렸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압도적인 퀄리티.

     

     필자가 생각하기에 플레이브의 방법론은 다른 기업들과 그다지 상이하지 않다. 오히려 스텔라이브의 노래 쪽이 훨씬 더 사업적으로 고민한 티가 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브의 음악은 버츄얼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웬만한 아이돌 그룹의 노래조차도 뛰어넘는다. 이세계 아이돌의 성공이 RE:WIND를 위시한 노래들의 퀄리티가 조금 들쑥날쑥하긴 해도 기본적으로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인 것처럼, 플레이브의 성공에도 그들의 음악성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 다시금 기억해야 할 기본적인 문장이 남는 것이다. 버츄얼 아이돌도 가수다. 개개인의 실력이 어쨌든, 하나로 모였을 때 시너지를 내고 팬들로 하여금 그들을 우상화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 기본을 잃고, 어줍잖게 '서브컬쳐는 대충 예쁘면 좋아하겠지?'라고 덤벼들다가는 손해를 입기 마련이란 것이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산업이 소비자를 속이는 행태를 옹호하진 않겠지만, 산업은 소비자를 속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만큼 산업은 소비자를 똑똑하게 속여야 한다. 이렇게 정공법을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내꺼 하는 법의 경우처럼 어떤 점을 포인트로 내세울지, 어떤 점을 전략적 요소로 붙잡을 것인지도 분명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생각하게 될 지점은 역시나 금전적인 부분이다. 일반적인 아이돌보다 버츄얼 아이돌이 더 비싸다면 굳이 버츄얼 아이돌을 선택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다만 이 부분의 경우 필자가 현직자가 아니라서 뭐라고 단언할 수 없다. 다만, 나이 제한이나 외모 제한이 걸리지 않는 대신 비밀 유지가 붙는다면 해당 부분의 이해득실을 따지게 될 것이란 것은 알 수 있다. 플레이브의 성공이, 버츄얼 산업이라는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에 또다른 물꼬를 터 주길 바랄 뿐이다.

     

    마치며

     

     이 카테고리에 주차별로 이야기를 쓸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세계 아이돌이 2021년 발족된 그룹이니 이 주제가 사실 대한민국 문화산업에서 그다지 자리잡은 것은 아닐 텐데도 말이다. 여튼간 다음 주에는 또다른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오도록 하겠다.

     

     처음에 밝혔듯, 본 내용은 필자의 사견이며 필자의 조사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여 틀린 부분이 있다면,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관용과 함께 부드럽게 수정 요청을 해 주길 바란다.

     

     긴 글 읽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 말씀 전하며, 이만 줄인다.

Designed by Tistory.